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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20

독서생활 올해 가장 화제가 된 책 중 하나는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과 인터넷에 썼던 글이 큰 주목을 받아 팬들이 만들어 공유하던 책이 정식으로 출판되어 나왔다. 나도 출간된 책을 구매해 읽기도 했는데 2년 전쯤 블로그를 통해 이미 읽은 바 있었다. 세이노를 처음 안 것은 제대하고 얼마 되지 않은 이십 대 중반 무렵이다. 주말에 만난 매형이 ‘세이노의 부자 아빠 만들기’라는 칼럼을 꼭 읽어보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의 칼럼을 몇 편 흥미롭게 읽긴 했는데 이내 잊어버렸다. 그즈음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의 교재로도 쓰인다던 오규원 시인의 ‘현대시작법’으로 기억한다. 당시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은 별로 없는데 군대에서부터 들인 독서습관은 제대 후에도 이어졌다. ”넌 책이 재밌어.. 2024. 6. 17.
괴물과 형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을 봤다. 초등학교 오학 년의 남자아이 둘과 부모와 선생, 교장 선생님이 주로 나온다. 편견과 각자의 사정, 동심, 아이들의 우정과 사랑 같은 걸 다룬 달까. 간단하게 설명하긴 어렵다. 모두 개인의 사정과 편견과 욕심을 가졌고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걸,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걸, 좀 더 너그럽게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 또한 담겨 있을까. 추리와 반전 같은 느낌도 극 안의 극이 담긴 옴니버스 같은 시선의 구성도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 시절을 보여주고 돌이키게 했다. 인성적인 영화였고 흔하지 않은 영화였다. 내가 국민학교 이학 년 때인가. 오락실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했다. 친구가 우연히 고장 난 오락기 뒷면에 돈통을 발견했는데 몇 명이서.. 2024. 3. 4.
마지막 날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하와이 카우아이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2200억 원을 들여 자급자족이 가능한 465㎡ 넓이의 지하 벙커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 11월 22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국제적 테러로 인해 교통, 통신, 운송기기 등 국가를 이루는 시스템이 무너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2020년 루만 알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제작자가 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라는 사실에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평소에도 쓸데없는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주변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 하나만 꼽아 봐."라거나, "곧 죽을 건데 음식 하나만 먹을 수 있다면 뭘 먹을 거야?"같은 질문을 종종.. 2024. 1. 24.
2010년, 가을, 친구의 꿈 4호선 끝자락에 있는 정왕역 근처에서 살았다. 나는 자주 가던 카페에서 일했다. 퇴근하면 밤 열 시쯤 되었다. 4호선은 항상 사람이 많았는데 내가 내리는 정왕역쯤 되면 한산해졌다. 한 번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여자친구는 어디 사느냐고 물었다. 난 그런 생물은 키우지 않았기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 전철에서 서로 기대 자던 여자는 누구냐고 엄마가 되물었다. 나도 낙엽 지고 해도 홍시처럼 익었던 그해 가을, 서로의 온기로 피로를 달래던 그 여자의 얼굴이 몹시 궁금했다. 2010년은 혼자서 영화를 처음 본 해이기도 했다. 카페에 출근하려 옷을 입으며 티브이 화면을 보고 있었다. 영화 ‘인셉션’의 예고편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아, 저건 꼭 보고 싶은데? 개봉이 언제지? 그때까지 같이 볼 아리따.. 2024.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