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3 9층의 나라 아파트 십오 층을 오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빨간 글씨의 고장이란 명찰을 달고 꼿꼿하게 낮잠을 때리고 있었다. 평소 체력엔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이상일뿐 지팡이에 의지하는 노인처럼 계단 손잡이에 늘어지고 있었다. 유행이었던 찢어진 걸레짝 같은 청바지와 혓바닥을 내민 롤링스톤즈 로고가 가슴에 새겨진 흰 티가 몸에 질척거렸다. 아마 매력적인 소녀를 집에 바래다준 뒤 돌아오는 길은 아니었고 파스타집 알바나 피시방에서 오는 중이었을 것이다. 갈아입을 옷도 별로 없었지만 어딜 가든 되지도 않는 간지를 뽐냈던 것이다. 한 번은 친구들 약속에 평소 가지 않던 중심가의 피시방에 갔는데 “제 것만 계산할게요, 34번인가?”하자 카운터를 보는 여직원이 말했다. “성포동 김간지 씨 맞으세요?” 이름을 부르는 여직원.. 2023. 3. 14. 이전 1 ···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