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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 J.D 샐린저/이덕형 옮김, 문예 출판사(1985) 하여튼 12월이었다. 날씨는 마녀의 젖꼭지처럼 매섭게 추웠다._p11 국도를 횡단하자 내가 이대로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미치광이 같은 오후였다. 무섭게 추운 데다 햇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길을 건널 때마다 흡사 사라져 가는 기분이었다._p13 그가 그렇게 요란하게 끄덕이고 있는 것이 열심히 사색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엉덩이와 팔꿈치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늙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_p17 그는 악수할 때 상대편의 손가락을 마흔 개 정도 부러뜨리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을 그런 유형이었다._p133 앤톨리니 선생은 다시 담배에 불을 당겼다. 악마처럼 담배를 피웠다._p275 그런데 비가 미친놈처럼 오기 시작했다. .. 2023. 9. 6.
등목 무슨 나무였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바람에 나뭇잎들이 차륵차륵 부딛쳤다. 소나기가 내리는 것만 같은 시원한 소리였다. 나무가 아니라 숲이었고 여름밤이었다. 군대였다. 난 병장이었다. 시간은 0시쯤이었나? 독서실이었다. 책을 읽었다. 소설, 시, 자기계발. 영어 단어와 한자를 외우기도 했다. 공부는 해 본적 없었다. 고졸에 피시방과 알바를 전전하다 입대했고 곧 제대였다. 그래서 군대에서 책을 읽었다. 노크도 없이 몇 평 되지 않는 독서실의 문이 열리고 영화가 고갤 들이밀었다. “역시, 너 있을 줄 알았다.” 난 ‘웬 일이야?’라고 말했던 것 같다. 영화는 내 동기고 친했던 적은 없었다. 내 동기들은 모두 친하지 않았다. 희생이란 말은 천국처럼 멀고 서로 의지한 기억도 없이 병장이 되기까지 비겁.. 2023. 9. 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룰루 밀러 지음/정지인 옮김, 곰출판(2021) 오만한 신념은 악마를 만들고, 언제나 구원의 달빛은 사랑뿐._내 감상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_p316 저자인 룰루는 자살을 시도했던 과학기자다. 저자는 여자인데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연애하는 남자에게 이를 고백한다. 이별하고 오래 괴로워한다. 살아갈 이유와 희망, 기댈 곳과 몰두할 것을 찾는다. 룰루는 1800년 중후반에서 1900년 초중반까지 활동한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에게 집중한다. 조던이 십 년 또는 이십 년 동안 수집한 물고기 표본이 지진으로 인해 대부분 소실된다. 소실됐다고 말한 뜻은 물고기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알코올이나 에탄올에 담가두고 이름표를 적었던 유리병.. 2023. 8. 29.
새삼 지식의 중요성 새삼 지식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요즘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는 중인데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근거와 사실을 기반으로 쉽고 때론 거칠게 의견을 주장하고 정보를 전달한다. 세이노는 작가나 학자가 아니라 사업가다. 유튜브에서 격투기 팀 감독을 하는 양감독 채널에서 이런 이야길 봤다. 최두호와 정찬성 같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와 다른 선수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니? "재능, 노력, 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의 똑똑함을 말하고 싶다. 최두호나 정찬성 같은 선수들은 격투기 실력만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격투가 자체를 잘 알고 있어. 어떤 선수의 장단점, 습관, 작년 9월에 열린 경기에 한 선수가 작은 동작 하나로 만든 역전 등 대화를 나눠보면 그들이 얼마나 격투기에 해박하고 연구적인지 알 수 있다. 그들은 똑.. 2023.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