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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새삼 지식의 중요성

by 찬0 2023. 6. 9.

 

 

새삼 지식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요즘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는 중인데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근거와 사실을 기반으로 쉽고 때론 거칠게 의견을 주장하고 정보를 전달한다. 세이노는 작가나 학자가 아니라 사업가다.

유튜브에서 격투기 팀 감독을 하는 양감독 채널에서 이런 이야길 봤다.

 

최두호와 정찬성 같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와 다른 선수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니?

"재능, 노력, 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의 똑똑함을 말하고 싶다. 최두호나 정찬성 같은 선수들은 격투기 실력만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격투가 자체를 잘 알고 있어. 어떤 선수의 장단점, 습관, 작년 9월에 열린 경기에 한 선수가 작은 동작 하나로 만든 역전 등 대화를 나눠보면 그들이 얼마나 격투기에 해박하고 연구적인지 알 수 있다. 그들은 똑똑해."

기억나는 대로 마음대로 써서 실제 양감독이 한 말과는 다르지만 취지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채널에서 '사람들이 호평하는 영화 중 이동진이 혹평한 영화 10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봤다. 선정한 영화들을 거론하며 왜 상업적으로도 사람들의 평가도 좋았던 이 영화를 좋지 않은 영화라고 말했는지 설명을 들려달라고 다른 출연자가 요구한다. 이동진 님의 답변들에 개인적으로 크게 감탄했다. 그의 답변에서 내가 느낀 건 영화를 수없이 본 사람의 답변이 아니라, 상식과 균형 있는 시선으로 영화와 감독의 의도를 판단한 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통찰력 높은 답변이었다. '아 이 사람은 어떤 가스라이팅도 통하지 않는구나’랄까.

 

지금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인정받는 박찬욱 감독이 감독이 되기 전엔 영화평론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던 평론가였다는 글을 오래 전 읽은 기억이 있다. 

세이노, 김승호, 국내외 격투기 선수들, 이동진 영화평론가, 박찬욱 감독 등 요즘 읽고 본 기억나는 사람들. 부자라거나 자수성가라거나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그들의 분야만 알고 오랜 기간 노력했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이 글의 취지다. 그들이 얼마나 똑똑한가에 놀랐다. 당연히 아이큐나 수학, 과학 같은 지적 능력을 말하는 건 아니다. 무일푼에서 부를 이뤘다는 사람의 말과 글에서도 심지어 뛰어난 스포츠 선수에게서도 학자 같은 면모를 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의 기량 또한 그들의 지식과 통찰에 비례해 보이기도 한다. 낡게 느끼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아는 만큼 할 수 있다’고 들린다. 

 

이십 년 전에 가수 나얼의 싸이월드를 본 적 있다. 당시 나는 주변에서 음악을 많이 듣고 안다고 생각 되는 친구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얼의 싸이월드 폴더 중에 자신이 좋아하고 영향 받았다 생각하는 뮤지션과 앨범을 소개하고 코멘트를 적은 게 있었다. 알앤비와 소울에 집중해 있긴 했지만 대부분 내가 모르는 정보들이었고 그가 선정한 일부 음악은 내가 평생 자세히 들은 음악보다 많게 느꼈다. 그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가창능력의 가수로 생각되는 이유는 그저 재능과 노력, 감성의 영역만이 아닌 것이다. 

 

뛰어난 사람, 성공한 사람을 생각할 때 이런 점은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있는 시선으로 대상과 현상을 판단하는지, 자신의 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에도 조예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지. 그들은 똑똑하다. 무엇을 원하건 공부하자는 다짐이자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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