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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행복에 관한 고찰

by 찬0 2024. 1. 1.
픽사베이/ Melanie

 
행복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 짧은 감상문을 쓴 적 있다. 그런데 과연 행복이 뭘까? 어쩌면 “너는 왜 사니?”라고 묻거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처럼 생각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행복을 물을수록 불행해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행복은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기대 사이에 있다고 한다. 행복은 쾌락, 만족, 안정과 관련된 호르몬 수치와 빈도라고도 한다. 목표와 그에 대한 기대만 있다면 그러니까 희망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도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식주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정도라면, 돈과 물질은 행복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에 돈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것도 꽤 큰돈이. 부모님이나 나 자신이 당장 아프고 돈이 문제인데 거기다 대고 뇌과학이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이코패스일 것이다.
 
행복에는 인스타나 유튜브 같은 매체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도 열등감을 크게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비교의 문제도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감사해할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한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저마다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르다는 ‘안나 까레니나 법칙’처럼 행복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고 불행하기는 참 쉽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 말고 단순하게 “와, 행복해.”라는 말을 언제 해 봤는지 기억하는지. 나는 물론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저 말을 하는 모습은 항상 비슷하다. 식사 자리거나 술자리에서다. 간단하게 생각하자면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그 순간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내 애인도 종종 나와 식사를 할 때 그런 말을 하곤 했다. 요즘은 그런 장면이 가물가물하다. '왜 너는.'이란 마음이 쌓여 점점 벽을 만든다. 눈맞춤을 피하다가 대화도 손길도 멀어진다. 
 
어째서 고양이와 개는 먹고 싸고 놀기만 해도 제 몸처럼 여기면서 애인에겐 그럴 수 없는 걸까. 실은 왜 그럴 수 없는지 떠오르는 사실들이 있지만, 반려동물들이 해 줄 수 없는 일들을 그 사람은 해 주었지 않나. 책임, 기대, 조건, 분담이란 말이 떠오른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렴치한 짐승 같은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따듯하게 안아줄 반려인으로 여길 수 없을까. 
 
대략 삼백 페이지는 됐을 행복에 관한 책을 읽고 감상 메모를 적으려는데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 이렇게 적었다. '퇴근하고 껴 안아 웃을 수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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