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문

크리스마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찬0 2023. 12. 24.


 크리스마스란 무엇일까? 아무도 모른다는 진짜 탄생일과는 별개로 어쨌든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에 의해 공휴일로 지정됐다. 이후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반부터 이미 연인의 날이 되어갔다. 1960년대에도 여관이 꽉 찼다는 기사가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숙박업소의 방값은 관광지처럼 오름에도 방을 찾기 위해 분주한 남녀가 흔하다. 일 년 중 가장 많은 콘돔이 팔려나간다. 이제 막 연인이 된 커플은 설레고, 오랜 커플은 기분 좀 내고 맛있는 걸 먹는 기념일처럼 느낀다. 그럼 솔로는? 
 
연인이 없는 청년에도 종류가 있다. 이태원, 홍대, 강남 등 번화가나 시내에 놀러 가는 부류, 만남 어플을 열심히 넘기는 부류, 괜스레 휴대폰의 전화번호부와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뒤지는 부류. "수면제 먹으려고. "라는 말도 이제 진부하고 별 내색 없이 잘 쉬는 부류. 
 
한 조사에서 따르면, 가장 외로움을 느끼고 혼자 보내고 싶지 않은 날로 남녀 모두 크리스마스를 1순위로 꼽았다고 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23년 1인 가구는 750만 2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34.5%라고 한다. 혼자 산다고 해서 연인이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커플들의 날이 되어버린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파티의 날일까 외로운 날일까. 
 
찰스 디킨스는 1843년에 발표한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스크루지의 조카인 프레드 입을 빌려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크리스마스는 인정 많고 관대하고 자선을 실천하는 유일한 때로, 일 년 중에서도 남녀 모두 꽉 닫힌 마음을 솔직하게 열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이 다른 길을 가는 피조물이 아니라, 함께 죽음으로 향하는 동지처럼 느끼는 유일한 때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2023년의 크리스마스 이브다. 전쟁이 한창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근래 교통사고와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세계 2차 대전의 사망자와 비슷하다. 영국과 일본 정부는 '고독부'를 신설했다. 외로움을 비만, 흡연과 같은 질병으로 보고 개인으로도 사회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 판단했다. 대한민국은 2050년엔 4천만 대로 인구가 감소할 예정이라 한다. 동명소설의 원작을 가진 영화 '은교'의 대사가 생각난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이웃이란 말이 어색하다. 우주엔 더 멀리 더 많은 로켓이 날아가고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가늠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더 외롭고 더 많이 늙고 있다. 내세의 심판이 동화처럼 여겨지는 이때에, 선과 악의 대립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걸 알게 된 이때에, 한 사람에게라도 산타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젠가  (2) 2023.12.29
고흐와 엄마  (2) 2023.12.25
겨울 왕국  (0) 2023.12.20
<코리안 좀비> 사람이 되다  (0) 2023.10.12
MBTI에 대한 짧은 단상  (2) 202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