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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1

MBTI에 대한 짧은 단상 내가 MBTI검사를 처음 안 것은 2005년쯤이다. 친구가 학교에서 들었다며 알려주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는데 약 90개 정도 문항이 있으며 20~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성격검사래, 유료로 검사하는 건 문항이 더 많고 내용이 자세하다곤 하는데 보통 무료검사만 하나 봐. 너도 한 번 해 봐." '왜 사람마다 생각과 신념이 다를까?' 1차 세계대전 중에 심리학자 칼 융은 스스로 이런 질문을 갖고 깊이 고심했다고 한다. 전쟁에 끌려가 스러지는 젊은이들을 보며 전쟁을 한탄한 이유였다. 1921년 융은 그간의 생각을 담아 '심리 유형'이라는 책을 독일에서 출간한다. 책을 통해 외향성, 내향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하고 네 가지 기능 요소인 '감각, 직관, 사고, 감정'에 대해 말.. 2023. 10. 11.
당신의 무진은 어디인가요 <무진기행> 무진기행을 읽었다. 이십 대와 삼십 대에 한 번씩 그리고 최근 두 번 정도 더 읽었다. 처음 김승옥을 알게 된 건 스물네다섯쯤이다. 당시 일부러 여러 소설들을 찾아 읽고 있었다. 유명한 국내외 고전소설들을 검색하며 조금씩 읽는 중에 김승옥의 다른 단편 소설인 '서울 1964년 겨울'을 만났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음침하고 우울하고 새로웠다. 가슴이 답답했다. 작가 본인이나 지인이 겪은 일처럼 느꼈다. 이 소설을 한 번 더 읽은 뒤에 무진기행을 찾았다. 무진기행을 읽고 난 뒤 컴퓨터 키보드로 두 번의 필사를 했다. 손으로 쓸 만큼 부지런하진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소설을 읽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모래사장에 빛나는 유리조각처럼 느꼈다. 어떤 이성을 돌아보는 것과 우연.. 2023. 10. 7.
행복의 비결은 성장과 감사라든데 시골에 다녀왔다. 시골에서 엄마와 누나와 김장했다. 누나와 난 둘 다 인천에 살고 있는데 내가 차가 없기에 시골에 갈 땐 보통 누나가 태워준다. 난 원래 차만 타면 잠드는데 아무래도 시골까지 운전하는 누나에게 미안해 졸음을 참는다. 우린 시골에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음악도 라디오도 듣지 않고 서로 수다만 떤다. 출발한 지 삼십 분 정도 지났을 때 내가 누나에게 말했다. "얼마 전에 이사님이랑 출장 갔다 왔거든? 가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거리라 서로 아무 말도 안 하면 어색하잖아. 이사님이 먼저 말하시더라고. '퇴근하면 뭐 해? 저녁은 어떻게 먹어? 요리해서 먹기도 하니?' 나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요리를 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기도 한다고 답하고선 나도 이사님에게 물었어. '이사님은 주말이나 .. 2023. 10. 4.
<구정 이야기> "환영!" 정욱이가 왼팔을 앞으로 내뻗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버드나무 잎을 때리는 빗소리와 함께 바람이 일었다. 좁은 거실 안에 여러 명의 정욱이 나타나 뛰었다. 숨 가쁜 목소리로 정욱이 다시 말했다. "봐, 봐, 아빠! 모르겠지? 여러 명이지?" "오~ 제법인데?" 거실 벽에 기대앉은 채 티브이를 보던 매형이 빠르게 일어났다. 매형은 뛰어 도는 정욱의 몸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다, 양팔을 들어 가위표로 만들곤 외쳤다. "거부!" 빗방울이 터져나갈 사자후였다. 강아지들처럼 부산스레 뛰어다니던 정욱의 분신들이 사라졌다. "여깄네!" 매형이 정욱이의 손목을 낚아챘다. "아, 뭐야... 깰 파!" 왼 손목을 잡힌 정욱이 오른손을 높이 들어 매형의 머리를 내려쳤다. 열푸른 검기가 손날을 감쌌다. "막을 방!" 매.. 2023.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