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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코리안 좀비> 사람이 되다

by 찬0 2023. 10. 12.

2022년 4월 10일, 정찬성은 UFC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상대로 타이틀에 도전했다. 아시아, 한국에서 UFC 챔피언이 된 선수는 아직 없다.

정찬성은 2013년에도 페더급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했다. 8년 동안 적수가 없다고 평가받던 전설적인 선수 '조제 알도'와의 경기했었다. 정찬성은 경기 도중 오른쪽 어깨가 빠졌고, 제 기량을 쏟지 못했다.

"중학교 때 심하게 내성적이었어요. 따돌림도 당하고 폭력도 당했습니다. 이모의 권유로 합기도 도장에 다녔어요. 대학에서 이종격투기 학과로 진학했고, 참가했던 격투기 경기에서 아홉 번을 모두 이겼어요. '내게 재능이 있구나.'생각했습니다."(강호동의 밥심, 2021)

"고등학교 들어와서 저 자신을 바꿔보려고 집 근처 킥복싱 도장에 다녔어요. 너무 재밌어서, 이제 제 직업으로 가지려고요. 더 높은 데로 가고 싶어요."(리얼격투 스트리트 파이터, 2007)
 
"인생과 UFC 경기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경기장에 올라갈 때마다 두렵고 무서워요. 약한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요. 안 아픈 척, 자신 있는 척했으면 좋겠어요. 제 모토는 '눈을 감지 말자'예요. 여러분도 눈을 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말하는 대로, 2017)

2022년 4월 10일 타이틀전, 볼카노프스키와의 경기에서 3라운드가 끝난 후 코치 '에디 차'가 정찬성에게 묻는다. "계속할 수 있어? 확실해?" 정찬성이 말한다. "해야죠." 4라운드가 시작되고 경기장 가운데 마주 선 챔프 볼카노프스키가 묻는다. "Are you sure?" 정찬성은 붓고 피 묻은 얼굴로 웃어 보이며 싸우자는 제스쳐를 취한다. 

2023년 8월 26일 정찬성은 할러웨의와의 경기에서 3라운드에 KO패한 것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2라운드에 이미 그로기를 경험했고 판세를 뒤집는 건 힘들어 보였다. 3라운드가 시작됐을 때 정찬성은 말 그대로 '돌진'을 감행한다. 이성을 잃거나 경기를 포기했다고 보이지 않았다. 할로웨이 역시 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수한다. 정찬성은 23초 동안 몸과 주먹을 내던지며 자신의 격투 인생을 마무리한다. 물러서지 않는 거친 경기 스타일로 각광 받았던 '코리안 좀비'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상대선수였던 할러웨이는 자축 멘트를 하지 않는다. 정찬성은 위대한 선수였으며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고 말했고 하와이 산불을 통감하며 관심을 촉구했다. 이후 정찬성은 할러웨이를 통해 하와이의 심각성을 더욱 체감하게 되었다며 기부에 참여했다. 

스포츠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오래 기억되는 선수는 뛰어난 커리어를 가진 챔피언이다. 그는 도전자가 그만큼 빛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