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32

훈련소에 내리는 눈 검 꽂은 소총을 구령에 맞춰 찌른다 연병장에 눈이 내린다 조교가 십 분간 쉬라고 한다 전우 어깨에 핀 찰나의 눈꽃 내 장갑 위에도 피어나고 넌 왜 향기가 없니 연병장에 눈이 내린다 먼 나라에서 온 흰나비 떼처럼 지우며 내린다 2023. 12. 12.
<코리안 좀비> 사람이 되다 2022년 4월 10일, 정찬성은 UFC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상대로 타이틀에 도전했다. 아시아, 한국에서 UFC 챔피언이 된 선수는 아직 없다. 정찬성은 2013년에도 페더급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했다. 8년 동안 적수가 없다고 평가받던 전설적인 선수 '조제 알도'와의 경기했었다. 정찬성은 경기 도중 오른쪽 어깨가 빠졌고, 제 기량을 쏟지 못했다. "중학교 때 심하게 내성적이었어요. 따돌림도 당하고 폭력도 당했습니다. 이모의 권유로 합기도 도장에 다녔어요. 대학에서 이종격투기 학과로 진학했고, 참가했던 격투기 경기에서 아홉 번을 모두 이겼어요. '내게 재능이 있구나.'생각했습니다."(강호동의 밥심, 2021) "고등학교 들어와서 저 자신을 바꿔보려고 집 근처 킥복싱 도장에 다녔어요. 너무.. 2023. 10. 12.
MBTI에 대한 짧은 단상 내가 MBTI검사를 처음 안 것은 2005년쯤이다. 친구가 학교에서 들었다며 알려주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는데 약 90개 정도 문항이 있으며 20~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성격검사래, 유료로 검사하는 건 문항이 더 많고 내용이 자세하다곤 하는데 보통 무료검사만 하나 봐. 너도 한 번 해 봐." '왜 사람마다 생각과 신념이 다를까?' 1차 세계대전 중에 심리학자 칼 융은 스스로 이런 질문을 갖고 깊이 고심했다고 한다. 전쟁에 끌려가 스러지는 젊은이들을 보며 전쟁을 한탄한 이유였다. 1921년 융은 그간의 생각을 담아 '심리 유형'이라는 책을 독일에서 출간한다. 책을 통해 외향성, 내향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하고 네 가지 기능 요소인 '감각, 직관, 사고, 감정'에 대해 말.. 2023. 10. 11.
당신의 무진은 어디인가요 <무진기행> 무진기행을 읽었다. 이십 대와 삼십 대에 한 번씩 그리고 최근 두 번 정도 더 읽었다. 처음 김승옥을 알게 된 건 스물네다섯쯤이다. 당시 일부러 여러 소설들을 찾아 읽고 있었다. 유명한 국내외 고전소설들을 검색하며 조금씩 읽는 중에 김승옥의 다른 단편 소설인 '서울 1964년 겨울'을 만났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음침하고 우울하고 새로웠다. 가슴이 답답했다. 작가 본인이나 지인이 겪은 일처럼 느꼈다. 이 소설을 한 번 더 읽은 뒤에 무진기행을 찾았다. 무진기행을 읽고 난 뒤 컴퓨터 키보드로 두 번의 필사를 했다. 손으로 쓸 만큼 부지런하진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소설을 읽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모래사장에 빛나는 유리조각처럼 느꼈다. 어떤 이성을 돌아보는 것과 우연.. 2023. 10. 7.
행복의 비결은 성장과 감사라든데 시골에 다녀왔다. 시골에서 엄마와 누나와 김장했다. 누나와 난 둘 다 인천에 살고 있는데 내가 차가 없기에 시골에 갈 땐 보통 누나가 태워준다. 난 원래 차만 타면 잠드는데 아무래도 시골까지 운전하는 누나에게 미안해 졸음을 참는다. 우린 시골에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음악도 라디오도 듣지 않고 서로 수다만 떤다. 출발한 지 삼십 분 정도 지났을 때 내가 누나에게 말했다. "얼마 전에 이사님이랑 출장 갔다 왔거든? 가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거리라 서로 아무 말도 안 하면 어색하잖아. 이사님이 먼저 말하시더라고. '퇴근하면 뭐 해? 저녁은 어떻게 먹어? 요리해서 먹기도 하니?' 나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요리를 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기도 한다고 답하고선 나도 이사님에게 물었어. '이사님은 주말이나 .. 2023. 10. 4.